인식론(Epistemology)은 지식의 본성, 기원, 한계, 구조 및 정당화에 관한 철학의 한 분과이다. 이는 우리는 어떻게 세계르 를 인지하는가? 등의 질문을 다루며 지식이 무엇인지, 진리를 어떻게 인식할 수 있는지, 우리가 신뢰하는 것들이 정당화되는 조건은 무엇인지 등을 연구한다. 인식론은 철학의 다른 분과와 밀접하게 연결되어, 인간 인지 능력의 가능성과 한계를 연구함으로써 지식에 대한 이해를 한층 강화시킨다.
인식론은 크게 실재론과 관념론으로 분류된다. 실재론은 외부 세계가 우리의 인식과는 별개로 존재한다고 보는 입장이고, 관념론은 모든 현실은 정신적 구성물에 불과하다고 보는 입장이다. 이 두 관점은 인식론적 문제를 다루는 데 근본적인 차이가 있다.
대표적인 인식론 이론으로는 감각 실증주의, 합리주의, 구성주의 등이 있다. 감각 실증주의는 모든 지식이 감각 경험에서 비롯된다고 보는 경험론적 입장이고, 합리주의는 이성을 통해 얻은 지식이 감각 경험보다 우월하다고 주장하는 입장이다. 구성주의는 지식이 개인의 인지적 과정을 통해 구성된다고 보는 입장으로, 지식이 사회적, 문화적 맥락에 따라 달라질 수 있음을 암시한다. 즉 구성주의는 인간이 무엇을 안다고 하는 주장은 결국 각자의 주관에 따라 달라진다고 보는 것이며, 문화 상대주의로 나아간다.
인식론의 대표적인 학자로는 플라톤, 데카르트, 존 로크, 데이비드 흄, 칸트 등이 있다. 플라톤은 이데아론을 통해 진정한 지식은 감각적 경험을 넘어선 이데아의 세계에 있다는 당시로서는 매우 독특한 주장을 펼쳤다. 데카르트는 나는 생각한다. 그러므로 나는 존재한다'는 코기토의 명제를 통해 의심할 여지가 없는 지식은 이성에 기초 한다고 주장했으며, 이를 통해 대륙철학으로 대표되는 합리주의의 문을 열었다. 존 로크는 데카르트와는 반대로 경험론의 입장에서 지식이 경험에서 비롯된다고 보았으며, 이는 영미철학의 경험주의라는 독특한 철학적 전통을 이끌었다. 데이비드 흄은 인과관계의 인식이 경험에 의한 습관화 된다고 주장했으며, 절대적인 진리란 존재하지 않는다는 당시로서는 매우 파격적인 주장을 펼쳤다. 흄의 주장에 밤잠을 설칠 정도로 충격을 받은 임마누엘 칸트는 순수 이성 비판을 통해 합리주의와 경험론을 조화시키려고 시도했다.
인식론은 현대에도 여러 가지 매우 중요한 과제를 가지고 있다. 첫째는 인공지능과 정보기술의 발전이 지식의 본성과 한계에 대한 새로운 질문을 제기하는 것이다. 둘째로 인지과학의 발전은 인간의 인식과정이 뇌를 통하여 일어난다는 것을 알려주었다. 이러한 과학적 접근방법은 이는 인식론적 문제를 대한 새롭게 접근하도록 한다. 셋째로 상대주의와 다문화주의는 지식의 보편성과 문화적 구성에 대한 반발과 논의를 일으킨다. 이러한 과제는 현대 인식론에 관한 새로운 정황을 만들고 지식에 대한 이해를 발전시키는 데 중요한 역학을 한다. 또한 인식론은 과학철학, 언어철학, 정신철학과 같은 다른 철학 분과와의 간학문적 역할을 한다. 과학철학에서는 토마스 쿤이 제기한 과학적 지식이 어떻게 형성되는지, 어떤 조건에서 과학적 이론이 과학적인 진리로 간주되며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하는지 등에 관한 질문을 다룬다. 언어철학에서 러셀과 비트겐슈타인 등은 언어가 지식의 전달과 형성에 어떤 영향을 끼치는지를 탐구하고, 정신철학은 인간의 인지능력이 우리의 지식에 대한 접근방식에 영향을 미치는지를 탐구한다.
인식론의 가장 중요한 과제는 회의주의와의 대결이다. 데이비드 흄으로 대표되는 회의주의자들은 우리가 진정한 지식을 어떻게 얻을 수 있는지, 우리가 믿고 있는 신념이 진실인지를 어떻게 확신할 수 있는지에 관해 끊임없는 의문을 제기한다. 이에 대응하여 칸트로 대표되는 인식론 철학자들은 지식의 가능성을 주장하고 합리적 신념의 표준을 제시하려고 노력한다. 이에 대하여 인식론적 내재주의자들은 지식의 정당화는 기준이 주체의 내부 상태에 있다고 주장하는 반면 인식론의 외재주의자들은 지식의 정당화 가능성이 주체의 외부 상태와 관련이 있다고 역설한다.
현대 인식론은 우리가 처한 세계에 대한 비판적 사고와 함께 학문의 조직적 연구 가능성을 강조한다. 지식사회에서는 수 많은 정보들이 쏟아져 나온다. 이에 대하여 철학자들은 정보의 질과 신뢰성을 평가하는 기준을 제시하고, 다양한 문화적 관점들을 올바로 이해하기 위한 해결책을 모색하는 등의 끊임없이 노력한다. 이러한 현대적 정황에서 인식론은 오늘날 우리가 처한 아직은 낯설은 도전에 대응하기 위한 인식론적 연구들을 제공한다.
결론적으로 포스트 모더니즘 철학으로 해체되어 가고 있는 우리 사회에서도 인식론은 여전히 지식의 본질과 한계를 연구함으로써 우리가 우리 자신과 세계를 이해하기 위한 합리적이고 비판적인 방식으로 사고하는 데 유용하다. 이러한 탐구는 인간의 지성의 깊이를 넓히고 다양한 사회적, 문화적, 과학적 문제에 대한 통찰력을 제공하는 데 기여한다. 다시 말해 오늘날에도 지식이란 무엇인가?", "인간이 파악할 수 있는 인지능력의 한계는 어디까지인가?"라는 전통적인 인식론의 주제들과 아울러 "AI의 출현이 현대 인식론에 던지는 문제는 무엇인가?"라는 질문은 오늘날의 세계에서도 여전히 유효하다. 강조하자면, AI의 출현은 우리 인간에게 인식론의 주체는 과연 인간인가라는 이제까지 존재하지 않았던 질문을 제기하고 있다.